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봄의 제전(祭典)

무디따 2017. 3. 9. 22:56
















마침내 겨울은 힘을 잃었다

여자는 겨울의 머리에서

왕관이 굴러 떨어지는 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이제 길고 지리한 겨울과의 싸움은 지나갔다

북벽으로 이어진 낭하를 지나

어두운 커튼이 드리워진 차가운 방에

얼음 침대에

겨울은 유폐되었다

여자는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왕관은 숲 속에 버려졌다

겨울은 벌써 잊혔다

오직 신생만을 얻기 바랐던

재투성이 여자는

봄이 오는 숲과 들판을 지나

다시 아궁이 앞으로 돌아왔다



이제 이 부엌과 정원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오직 그것만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詩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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