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애인 없어도 싸드락싸드락 걸어갔다 오고 싶은 곳
눈발이 어깨를 치다가 등짝을 두드릴 때
오랜 된 책표지 같은 군산, 거기
어두운 도선장 부근
눈보라 속에 발갛게 몸 달군 포장마차 한 마리
그 더운 몸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거라
갑자기, 내 안경은 흐려지겠지만
마음은 백열 전구처럼 환하게 눈을 뜰 테니까
세상은 혁명을 해도
나는 찬 소주 한 병에다
숭어회 한 접시를 주문하는 거라
밤바다가, 뒤척이며, 자꾸 내 옆에 앉고 싶어하면
나는 그날 밤바다의 애인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이미 양쪽 볼이 불콰해진
바다야, 너도 한잔할래?
너도 나처럼 좀 빈둥거리고 싶은 게로구나
강도 바다도 경계가 없어지는 밤
속수무책, 밀물이 내 옆구리를 적실 때
왜 혼자 왔냐고,
조근조근 따지듯이 숭어회를 썰며
말을 걸어오는 주인 아줌마, 그 굵고 붉은 손목을
오래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라
나 혼자 오뎅 국물 속 무처럼 뜨거워져
수백 번 엎치락뒤치락 뒤집혀 보는 거라.
숭어회 한 접시 詩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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