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caricature

우정연 시인 『송광사 가는 길 』

무디따 2016. 7. 1. 16:48










송광사 가는 길 



가을 햇살이 엿가락처럼 늘어나

휘어진 산길을 힘껏 끌어당긴다

늘어날 대로 늘어난 팽팽한 틈새에서

저러다 딱, 부러지면 어쩌나

더 이상 갈 길을 못 찾고 조마조마하던 차에

들녘을 알짱대던 참새 떼가 그걸 눈치챘는지

익어가는 벼와 벼 사이를 옮겨 다니며

햇살의 시위를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다

비워야 할 일도 채워야 할 일도 없다는 듯

묵언정진 중인 주암호를 끼고

한 시절이 뜨겁고 긴 송광사 가는 길

참,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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