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허공일 뿐인데
왜 지나온 시간 쪽으로 내 발길은
휘몰아쳐 가는가 뒤돌아보면,
살아낸 시간들 너무도 잠잠해
다만 바람의 취기에 마음을 떠밀렸을 뿐
눈밭에 흩뿌려진 별들의 깃털,
탱자나무 숲 굴뚝새의 눈동자
달빛 먹은 할아버지 문풍지 같은 뒷모습
산비둘기와 바꾸고 싶던 영혼,
얼마를 더 떠밀려 가야
생의 상처 꽃가루로 흩날리며
바람에 가슴 다치지 않는 나비나 될까
제 몸을 남김없이 허물어
끝내 머물 세상마저 흔적 없는
바람의 충만한 침묵이여
메마른 나뭇가지 하나의 흔들림에도
고통의 무게는 작용하는 것,
걸음이 걸음을 지우는 바람 속에서
나 마음 한 자락 날려 보내기엔
삶의 향기가 너무 무겁지 않은가
'여행자를 위한 서시 > Healing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동 모꼬지 순풍 이전 4주년 시낭송, 황금찬, 박희진 시인님과 함께 (0) | 2014.06.29 |
---|---|
제 1회 익재문학상 / 대한민국 국회헌정기념관 (0) | 2014.06.22 |
이생진 님 시집 / 어머니의 숨비 소리 (0) | 2014.06.02 |
유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0) | 2014.05.27 |
29년 만에 받은 싸인 『33 세의 팡세』질마재 문학상 시상식에서 (0) | 2014.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