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oil painting

오래 전 작업 풍경 모음 (2004~ 2010)

무디따 2014. 6. 7. 15:01

 

 

2003 황재종 화백 그림

 

 

 

 

 

 

 

 

 

 

 

 

 

 

 

 

 

 

 

 

 

 

 

 

 

 

 

 

 

 

 

 

 

 

 

 

 

 

 

 

 

 

 

 

 

 

 

 

 

 

 

 

 

 

 

 

 

 

 

 

 

 

 

 

 

 

 

 

 

 

 

 

 

그대 없는 세상에 남긴다

ㅡ잔 에뷔테른의 유서

 

 

 

 

이젠 정말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네요

달콤한 잠 한번 자보았음 좋겠어요

영광은 비참함 뒤에 오는 것이라고

속악(俗惡)과 지고(至高)는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모두 어둠 속에서 태어나

밝음 가운데 죽어가지요

 

딱 한 차례의 개인전

피를 토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풍기 문란하다고 철거 명령을 받아

단 한 점도 팔리지 않았죠

그게 운명이라 그이가 다시 피 토할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몽파르나스의 잿빛 포도(鋪道)를 달려

술을 사오는 것

 

쾌락의 지옥이여

너와도 이제는 결별이구나

악마는 나에게 와 키스해다오

그리고 뱃속의 아기야

너와도 이제는 이별이란다

너는 엄마 얼굴도 보지 못하고

흉측한 빚더미의 이 세상을 향해

한번 울어보지도 못 하고 죽겠구나

 

“이따리아! 까―라 이따리아!”

오오, 신이시여

악마도 당신을 믿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내게 돌려주소서

사랑했던 그 사람을

사랑이란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됨의 길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닙니까

더운 영혼으로 배워가는 과정이 아닙니까

 

불 없는 아틀리에에서

굳은 빵도 떨어진 식탁에서 그이는

그림을 그렸지요

마시고 싶다, 저 햇빛을

마시게 해달라고 외치면서 화폭에다

핏빛 생명을 토했지요

안고 싶다, 저 태양을

그리운 남국의 태양을 한번만 더

안게 해달라고 외치면서 말입니다.

 

 

詩 이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