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황재종 화백 그림
그대 없는 세상에 남긴다
ㅡ잔 에뷔테른의 유서
이젠 정말 아무것도 두렵지가 않네요 달콤한 잠 한번 자보았음 좋겠어요 영광은 비참함 뒤에 오는 것이라고 속악(俗惡)과 지고(至高)는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모두 어둠 속에서 태어나 밝음 가운데 죽어가지요
딱 한 차례의 개인전 피를 토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풍기 문란하다고 철거 명령을 받아 단 한 점도 팔리지 않았죠 그게 운명이라 그이가 다시 피 토할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몽파르나스의 잿빛 포도(鋪道)를 달려 술을 사오는 것
쾌락의 지옥이여 너와도 이제는 결별이구나 악마는 나에게 와 키스해다오 그리고 뱃속의 아기야 너와도 이제는 이별이란다 너는 엄마 얼굴도 보지 못하고 흉측한 빚더미의 이 세상을 향해 한번 울어보지도 못 하고 죽겠구나
“이따리아! 까―라 이따리아!” 오오, 신이시여 악마도 당신을 믿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내게 돌려주소서 사랑했던 그 사람을 사랑이란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됨의 길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닙니까 더운 영혼으로 배워가는 과정이 아닙니까
불 없는 아틀리에에서 굳은 빵도 떨어진 식탁에서 그이는 그림을 그렸지요 마시고 싶다, 저 햇빛을 마시게 해달라고 외치면서 화폭에다 핏빛 생명을 토했지요 안고 싶다, 저 태양을 그리운 남국의 태양을 한번만 더 안게 해달라고 외치면서 말입니다.
詩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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