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천년의 시간을 넘어
가파른 벼랑 끝에 쪽빛 치마폭을 찢어놓고
계절과 공간을 가로질러 불어 온다
여기는 눈 뜨면 보이는 세계
그러나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 누구도 바람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
내가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지 못한 것처럼
들끓기 시작하는 슬픔의 포말들
바람이 불어와도 날려가지 않는다
바람 속에 선다, 바람 속이란 게 있을까
바람 밖은 또 있을까 어찌 되었든
바람 속에 서 보는 것이다
한 줌 흙이 되고 말 육신
차마 들여다 보기가 두렵다
고개를 한 껏 치켜들고 착한 바람 속에 서면
어느덧 나 또한 어진 바람이 된다
바람처럼..바람같은...
바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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