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Cinema Paradiso

사랑을 카피하다 (Certified Copy, 2010)

무디따 2011. 7. 31. 19:16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출연/ 줄리엣 비노쉬, 윌리엄 쉬멜, 장 클로드 카리에, 에이거드 나탄슨

 

PREVIEW

아리송하다. 영화를 본 후에도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할 수가 없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열린 결말로 이야기를 닫는다. 제임스와 여주인이 부부인데 아닌 척 연기한 것인지, 아니면 처음 만난 사이인데 부부인 척 연기한 것인지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 사랑을 카피하다 > 에서 중요한 건 이들의 관계가 아니다. 핵심은 제임스와 여자가 나누는 대화다.

영화는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화두를 던진다. 관객에게 계속 '진짜 같은 가짜도 진짜가 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며 그 근거를 차분히 보여준다. 두 사람은 < 기막힌 복제품 > 이란 이름의 책과 미술관에서 본 모조품 등에 대해 얘기 나누며 가짜와 진짜의 차이를 규명한다. 이런 게임은 두 사람의 부부 역할 놀이로 정점을 찍는다.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주인에게 부부로 오해받자 그들은 진짜로 15년차 부부인 양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작은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큰불이 일어나는 것처럼, 두 사람은 시간이 흘러 실제 부부같이 티격태격 싸우기도 한다. 그들의 모습 또한 진짜인지 가까인지 종잡을 수 없다. 제임스와 여자가 끊임없이 대화 나누는 모습은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처럼 수다스럽지 않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 비포 선라이즈 > (1996)처럼 풋풋한 설렘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일단 제임스는 일방적이고 완고하다. 여자는 제임스에게 유연함을 바라지만, 그는 쉽게 고집을 꺾지 않는다.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를 오가며 불협화음을 낳는 그들의 모습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1987) < 올리브 나무 사이로 > (1997) 등에서 극영화와 기록 영화의 경계를 허물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관객과 진실 게임을 벌이듯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그리고 그 답은 오롯이 관객에게 맡긴다. 지적인 유희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그의 노련한 솜씨가 놀랍다.
(펌)

 

 

 

한 줄 영화평 /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귀걸이를 달던 줄리엣이 너무도 처연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