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몰약처럼 비는 내리고

무디따 2011. 6. 24. 00:01

 

 

pencil & pastel on paper

 

 

 

 

 

뿌리뽑힌 줄도 모르고

       나는 몇줌 흙을 아직 움켜쥐고 있었구나

       자꾸만 목이 말라와

       화사한 꽃까지 한무더기 피웠구나    

       그것이 스스로를 위한 弔花인 줄도 모르고     

       오늘밤 무슨 몰약처럼 밤비가 내려     

       시들어가는 몸을 씻어내리니     

       달게 와닿는 빗방울마다     

       낮은 흙 속에 스며들었으니     

       한 삼일은 눈을 뜨고 있을 수 있겠다     

       저기 웅크린 채 비를 맞는 까치는     

       무거워지는 날개만큼 말이 없는데

       그가 다시 가벼워진 깃을 털고 날아갈 무렵이면

       나도 꾸벅거리며 밤길을 걸어갈 수 있겠다

       고맙다, 비야. 고맙다. 고맙다

 

詩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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