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cil & pastel on paper
뿌리뽑힌 줄도 모르고
나는 몇줌 흙을 아직 움켜쥐고 있었구나
자꾸만 목이 말라와
화사한 꽃까지 한무더기 피웠구나
그것이 스스로를 위한 弔花인 줄도 모르고
오늘밤 무슨 몰약처럼 밤비가 내려
시들어가는 몸을 씻어내리니
달게 와닿는 빗방울마다
낮은 흙 속에 스며들었으니
한 삼일은 눈을 뜨고 있을 수 있겠다
저기 웅크린 채 비를 맞는 까치는
무거워지는 날개만큼 말이 없는데
그가 다시 가벼워진 깃을 털고 날아갈 무렵이면
나도 꾸벅거리며 밤길을 걸어갈 수 있겠다
고맙다, 비야. 고맙다. 고맙다
詩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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