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적막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너 아느냐.
세상에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는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세상이 나 죽으면 고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이 노랫말은 윤심덕의 자작시라는 말도 있고 김우진이 지은 시라는 말도 있으나,
어찌되었건 20년대 페미시즘의 극치를 표현한 것이며,
이들은 이 노래대로 생을 정리했다고 느껴진다. 윤심덕은 레코드 취입을 마치고
귀국에 앞서 동경에 머물러 있는 김우진에게 전보를 쳤다.
당장 자기가 묵고 있는 강춘여관으로 달려오지 않으면 죽어 버리겠다는 충격적인 전보 사연에
김우진은 만사를 뒤로하고 윤심덕한테 달려왔다.
김우진은 윤심덕과 함께 강춘여관에서 짧기만 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그녀가 이끄는 대로 밤중에 부산으로 떠나는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에 몸을 실었다.
그때가 1926년 8월 3일, 음력으로는 그믐밤이었다.
해풍이 불어올 때마다 비릿한 갯내음과 찐득찐득한 기름냄새가 범벅되어 코 속을 역겹게 자극했다
이윽고 뱃고동과 함께 뱃머리는 바다를 향했다.
윤심덕은 김우진의 팔짱을 꼭 끼고 갑판으로 나갔다.
동경 유학이 시작되면서부터 이 뱃길은 수없이 오고갔지만 이날밤 만큼은 처음 가보는 뱃길처럼 느껴졌다.
밤이 깊어지면서 배는 점점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듯했고,
그때마다 두 사람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하여 솔직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놔두고 숨어서 사랑을 나누는 세상, 참으로 불공평해요. 이해가 안돼요!"
윤심덕의 울부짖음과 같은 하소연에 김우진은 담배 연기만 한참 동안 뿜어대다가
"그래, 맞아요. 참으로 무의미한 생명 연습이죠."하며 윤심덕을 끌어안았다.
이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시계를 보니 새벽 네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신을 벗어 나란히 놓았다.
두 사람은 눈을 지긋이 감고 가슴을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몸을 바다로 날렸다.
때마침 갑판에 나와 바람을 쏘이던 승객이 이 모습을 발견하고 선원에게 급히 알렸다.
두 사람의 시체를 건져 보려는 선원들의 노력은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다.
오로지 흑조를 타고 그녀의 마지막 곡 「사의 찬미」만이 애절하게 들려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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