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축서사에서 /이형권

무디따 2008. 7. 26. 14:48

 

 

 

 

 

 

 

 

그리움으로 서 있구나 
옛 석등이여

그대 배후에 깔린 어둠 속에서
다시 하루가 저물어 가고

마음 속의  길들이 황무지처럼 헝크러진 날
가랑잎 휘날리는 길모퉁이에 서성이노니

나는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지혜도 얻지 못하였고
불 밝혀 기다릴 사랑 하나 간직하지 못하였구나

어둠 속에 산그늘처럼 희미해져 가는 것들
그것이 삶이었던가

그대와 불 밝히고 살았던  짧은 청춘의 시간이
밤의 적막속으로 사라져 갈 때

헝클어진 너의 머리칼을 만지고
야윈 뺨을 만지고 차가운 입술을 만져보지만

그리움으로 서 있구나 
옛 석등이여

이제 누가 있어
저 쓸쓸한 처마 밑에 등불을 올릴 것인가

 .

.

.

.

 

마음 속의  길들이 황무지처럼 헝크러진 날
가랑잎 휘날리는 길모퉁이에 서성이노니

어둠 속에 산그늘처럼 희미해져 가는 것들
그것이 삶이었던가

헝클어진 너의 머리칼을 만지고
야윈 뺨을 만지고 차가운 입술을 만져보지만

그리움으로 서 있구나 
옛 석등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