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연 농아처럼
하염없는 길을 걸어 비로소 빛에 닿는
생래의 저 맹인처럼
살아 있는 것은 저마다의 빛깔로
부시시 부시시 눈부실 때 있다.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내다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이 인생.
덫에 치어 버둥거리기만 하는
짐승의 몸부림을 나는 이제
삶이라 부르지 않겠다.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숨막힘,
사방으로 포위된 무관심 속으로 내가 간다.
단순히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넘어진 것들이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그렇듯
넘어짐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일으켜 세우는 자 없어도 때가 되면
넘어진 자들은 스스로 일어나는 법,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바닥에 닿은 이마 들어 지평선 위로
어젯밤 날개를 다쳤던 한 마리 새가
힘겹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아라.
비상 詩 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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