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밀려가는 강변도로,
막막한 앞길을 버리고 문득 강물에 투항하고 싶다
한때 만발했던 꿈들이
허기진 하이에나 울음처럼 스쳐지나간다
오후 5시 반
에프엠에서 흘러나오는 어니언스의 사랑의 진실
추억은 먼지낀 유행가의 몸을 빌려서라도
기어코 그 먼길을 달려오고야 만다
기억의 황사바람이여, 트랜지스터 잡음 같이 쏟아지던
태양빛, 미소를 뒤로 모으고 나무에 기대선 소녀
파르르 성냥불처럼 점화되던 첫 설레임의 비릿함, 몇번의 사랑
그리고 마음의 서툰 저녁을 불러 모아 별빛을 치유하던 날들
나는 눈물처럼 와해된다
단 하나의 무너짐을 위해 생의 날개는 그토록 퍼덕였던가
저만치, 존재의 무게를 버리고 곤두박직 치는 물새떼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기에
오래 견디어 낸 상처의 불빛은
그다지도 환하게 삶의 노을을 읽어버린다
소멸과의 기나긴 싸움을 끝낸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
쓸쓸하게 허물어 진다는 것,
그렇게 이 세상의 모든 저녁이 나를 알아보리라.
세상의 모든 저녁을 걸으며, 사랑 또한 자욱하게 늙어가리라.
하지만 끝내 머물지 않는 마음이여, 이 추억이 그치면
세월은 다시 흔적도 없는 타오름에 몸을 싣고
이마 하나로 허공을 들어올리는 물새처럼 나 지금,
다만 견디기 위해 꿈꾸러 간다.
詩 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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