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김명옥 시집『 꽃 진 자리에 꽃은 피고 』 박산 시인 리뷰

무디따 2021. 4. 17. 13:38

『 꽃 진 자리에 꽃은 피고 』

< 진흠모 김명옥 시집, 불교문예 출판 2021>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노래 ㅡ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

아버지 나오시기만 기다리던
기생집 앞 가로등 밑
어머니 등에 업힌 동생 잠 들고
어머님 차디 찬 손 잡고 들었던 노래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내어서 무엇하나
노래가 집안 망쳤다
라디오 끄시던 어머니

인생 일장춘몽인데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라
설겆이 하는데
느닷없이 입술을 헤집고 나오는 노래

#
나도 아버지가 된지 오래고
이젠 늙은 아버지다

시집을 읽다가 유독 이 시가 뇌에 들었다
마치 김승호 조미령 나오는 흑백 영화 한 편 보듯
스크린이 비 오듯 과거를 토해 내는 중이다

기생집 문 앞까지 찾아간 어머니와 어린 딸
어머니 등에 업힌 동생
닐리리야 장구 소리에 니나노 판이 벌어졌다

노랫말처럼 인생 일장춘몽이다
어머니가 집안 망쳤다는 이 노래가
늘그막 설겆이하며 입술 헤집고 나온다

일장춘몽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래, 그래도 그때 울 아버지가
기생집 드나들 정도로 잘 나갔다
배창수가 등짝에 늘어 붙어
먹고 살기도 어렵던 시절
기생집 그게 어딘가

나는 이 시로 신파 시나리오 한 편 쓰라면 쓸 것 같다

김명옥 화가를 안 지는 꽤 됐다
그녀의 몽환적 그림에 끌렸다
詩가 별건가?
역설로 그림이지

아홉 식구를 걷어 먹이던 시절이 있었고
아들딸 셋을 두었고
이제 돌아와 앉은 누이처럼
詩畵로 세월 바다에 낚시 드리운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일일연속극 같은 잔잔한 시집이다

한두 편의 시로 시인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수 십 편이 실린 시집은 시인의 고백이다

'The 김명옥'을 많이 알게 되어 기쁘다

(17토 새벽 내내 그녀, 김명옥을 만났다, 山)


#박산시인
#진흠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