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조용미
무디따
2019. 6. 8. 11:06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나의 내면이 고요할 때
바람은 어디에 있었나
생나무 가지가 허옇게 부러진다
버즘나무 널따란 잎사귀들이 마구 떨어져 날린다
개태사 앞 향나무는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마당에 기왓장이 나뒹군다
바람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키 큰 소나무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없는 나무들조차
내게로 몰려오고 있다
이때 폭풍은 나무의 편이다
나무들은 폭풍의 힘을 빌려 내게로
침입하려 하고 있다
속이 울렁인다 저 나무들의 혼이 들어오면
나는 무엇이 되는 걸까
머리칼에 바람이 갈가리 찢긴다
바람은
내 머리카락 사이에서 나와
약한 나무들의 혼을 찾아 멀리 달려가고 있다
숲이 심장처럼 펄떡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