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하나의 이름을 버릴 때

무디따 2019. 3. 23. 23:42













 

  

 

 

나비가 피는 계절이 있다

 

나비는 하냥 피어났고

내일도 필 것이다

나비가 피기까지 열세 마리 꽃이 날아들었다

꽃 이름을 부르면 나비가 쑥대밭이 될까봐

눈으로 쫓았다

 

나비가 정신없이 물들어 갈 때

꽃은 어디를 향해 뜨거워지나

 

손지문 닮은 협곡을 따라

꽃이 빙빙

나비가 빙빙

 

암록의 베일은

몸 풀기 좋은 구유였다

눈이 쏙 빠지는 해산이 끝나면

세상은 변명으로 붉었다

 

나비

저녁에 이름을 버리고

아침에 혁명을 노래했다

 

동면에 드는 열세 마리 꽃들

 



詩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