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문경, 예천 정자순례/ 주암정,선몽대,초간정 ...
무디따
2018. 8. 26. 12:49
새벽 두 시쯤 새와 바위는 말을 바꾼다
새는 바위의 단단한 무릎으로 입을 닫고
바위는 새의 입으로 어둠을 실어 나르는데
사람들은 왜 우리가 밤새 춤춘다고 하는지
어둠속에서 바람은
춤추는 우리를 위해 숨을 멈추고
굳게 닫혔던 기억의 서랍을 연다
새는 뼈를 비우고 허공을 차지했지만
바위는 오래 무릎 끓은 관절만으로도
날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잘 비워 바람에 씻긴 몸을 가지런히 담을 수 있는 텅 빈 서랍을
하늘, 이라 부르면
그 속엔 침묵 뿐
질긴 자기장으로부터 전족(纏足)을 벗은 바위는 하늘을 날고
천 년 전 물어 온 연꽃 씨를 무릎으로 껴안는 새
잠 깬 사람들이 기억을 등지고 무도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슬픈 왈츠 詩 황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