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2017년 관악산 눈꽃산행
무디따
2017. 12. 19. 15:42
詩
최하림
눈이 지천으로 오는 밤에 시를 써야지
머리를 눈에 박고 써야지
눈 속을 걸어가는 사내 몇
불을 찾는 사내 몇
겨울까마귀 몇
죽은 자들로 그런 밤엔 불을 찾자
몇날이고 몇밤이고 언덕을 넘겠지 그들의 목소리가
벌판을 헤매겠지. 그들의 불을 찾으러 꿈꾸는 불 그 불 속에
밤차가 달리고 겨울까마귀들이 공중을 떠돌겠지
―겨울까마귀가 중부 지방엔 없어요, 여보.
중부지방이 아니야, 내가 말하는 건……
나는 그 살도 뼈다귀도 안다 바람이 그들 소리로
하늘을 울리는 걸 안다 당신도 그 소리를 알았으면 좋겠어
아이들도 이웃도 그 나라의 바다쪽으로
검은 머리를 빗겨내리며
붉은 불빛 속에서 마음을 드러내고
어머님이 나를 보시듯, 그래 어머님이……
오오 떠오르는 어머님이여
그날 저녁도 우리는 어둔 거리를 헤맸습니다.
세종로 우체국 옆 담뱃가게에서 솔을 한갑 사고, 거스름돈을 받고,
어느 술집으로 들어갈까 망설이면서 거리 끝까지 걸어갔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