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민둥산 억새나 되어 」임삼규

무디따 2017. 5. 29. 16:02






1
허옇게 삭은 실밥 맥없이 툭툭 터지더라.
야윈 허리 꼿꼿이 세워
제 생의 무게 지켜보더라.
이젠 더 욕심 없다며 그냥 허허 웃고 말더라.

2
달랑 한 장만 남아 흔들리는 달력이거나
우북한 검불은 훑는 다 식은 날빛이거나
어쩌면
붓 꺾어버린
늙은 시인의 금이 간 마음

3
면벽 십 년 만에 문득 한 소식 들었던가.
푸석푸석 마른 육신
한낱 솜털로 날려 보내는.
이순에 내보일 이력
나도 저리 가벼울까.

이리 저리 부대끼며 바람그네나 타는 날들
서 있는 이 자리가 정녕 내 뜻이 아니라면
마지막 가야할 때가
어디 따로 있을까.

늦은 풍장의 시간
소지 올리는 이쯤에서
바스라진 그림자마저 바랠대로 다 바랜 후
땅거미 지는 이승을 희끗희끗 건너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