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오후를 견디는 법
무디따
2017. 3. 24. 22:05
몇 겹으로 접혀
낡은 소파에 누웠다
며칠 현관문이 '외출 중'을 붙잡고 서있는 동안
나는 세상에서 방전되었다
익숙한 풍경이 커튼처럼 걸리고
빛이 차단된 몸에서
수많은 눈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간다
화창한 오후는 그림자를 둘둘 담요처럼 감는다
뱉지 못한 문장 뒤틀린 서술들
나는 오래전 어둠에 길들여진 어긋난 문법, 나를 필사하는
오후의 손가락이 한 뼘 길어졌다 흐린 지문으로 나를 한 술 떠먹는다
적막의 두께로
낡은 하루가 완성되었다
가끔 손을 넣어 가라앉은 나를 휘저어 본다
詩오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