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마흔아홉을 지나며

무디따 2016. 10. 20. 16:01












나 이제부터 당신에 대한 호칭을 바꾸려네
시기 질투 빠진 여자를 성님이라 부르고
식물성 남자를 오라버니라 부르고 싶어지는 것이네

생이란 황량한 벌판을 가로 지르다
온 듯 간 듯 스치며 저무는 게 한살이라면, 혹
간밤의 서늘한 기온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삶이 어디 그런가, 가다 보면
햇살과 바람과 소낙비 같이 천지간 유일해서
피붙이 같은 이름 지어 부르고 싶기도 하는 것인데

참 많은 초록이 지쳐가고 뒷굽 닳듯 몸 헐거워진
추수절이 되어서야, 여자를 벗어버린 성님 몇과
남자보다 더 귀한 오라버니 몇
소출로 삼으면 넉넉하다 싶어지는 것이네

더는 채워지지 않을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서
성님 풀피리 불고 오라버니 상두 돌리며
또 한 생애 건너가자는 것이네


詩 최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