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오셔서 어디 계십니까 - ’95부처님 오신 날에 부쳐」정현종
무디따
2016. 5. 14. 21:21
오셔서
어디 계십니까
절에 계십니까
사무실에 계십니까
괴로우나 즐거우나
계실 데가 여기밖에 없으시온즉
계시긴 계실 터이오나
꽃이신지 혹
구름이신지
염소이신지 혹
풀잎이신지??
당신의 몸은 가이없으니
독한 공기이신지 혹
썩은 물이신지,
괴로운 몸과 함께 괴롭고
즐거운 몸과 함께 즐거우신지,
저 어이없는 암흑
전쟁과 테러
살육과 파괴 속에도 계시온지
피 흘리는 몸과 함께 피 흘리고
부서지는 몸과 함께 부서지며
죽어가는 몸과 함께 죽어가시는지
(당신을 살려내야 할 텐데
당신,
간신히 살아계시긴 하시는지)
마음의 지옥
피투성이 이 세상에서
연꽃은 피어난다는 것인지,
당신,
간신히 계시긴 하시온지
간신히…… 계시긴…… 하시온지……
당신은 사랑과 슬픔이시온즉
그 꽃씨
이 유독한 공기 속을 헤엄쳐
간신히 헤엄쳐 날아
모든 마음에 떨어져
그 꽃씨
숨쉬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온지
그 숨결 세상에 넘칠 수 있을 것이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