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뼈아픈 후회」황지우
무디따
2016. 2. 15. 13:42
슬프다.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 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 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 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