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재건축 2 (이사, 전날 ) 김명옥

무디따 2015. 4. 12. 23:27

 

 

 

 

 

 

 

 

 

 

설거지하다 내다 본 창밖으로

벚꽃이 미끄럼 타듯 내린다.

이삿짐 차 주차 할 곳이

싸락눈인 듯 하얀 꽃잎으로 덮였다

 

여느 날처럼 빨래를 꺼내서 널고

밀대로 마루를 미는데

베란다 밖을 보던 딸이 소리친다

"엄마 나무들을 벌써 다 베었어, 불상해서 어떡해"

이 구석, 저 구석 밀대만 밀었다

아랫배가 또 아프다

 

  쓰레기통까지 비우고 

홍삼 한 봉지를 데워서 마시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본다.

이렇게 떠나기 싫은걸

왜  몰랐을까

 

"오늘 밤에는 송별회 해야지

이 집도 술 한 잔 해야 하고 "

  " 다시 들어 올 건데 뭐..."

  "그래도 우리가 살던 이 집은 없어지잖니..."

"집도 슬퍼할까 ..."

 

 

  막걸릿잔을 들고 집을 한 바퀴 돌아본다.

베란다와 다용도실 창문을 열고

눈물인 듯 막걸리를 뿌려주었다

푹, 잠들 거라

 

나는 쉬이  잠들지 못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