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남한강가의 폐사지...거돈사지,법천사지,흥법사지,고달사지

무디따 2014. 11. 30. 13:17

 

 

 

 

 

 

 

 

 

 

 

 

 

 

 

 

 

 

한밤중 숲으로 난 작은 길을
난 걸어갔네
내 뼈에서
살점들이 잎사귀처럼
지는 소리를 들었네


무엇이 남았는지는 모르지
아직도 뛰는 심장소리 들리지만
난 한없이 걸어 여기
너무, 너무 와 버렸으므로


펄럭이는 넝마, 덜거덕거리는
오래된 절간의 목어처럼
걸려 버렸으므로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좋았네
그저 한없이 걸었다는 기억
기억 속의, 수많은 발자국과 그림자들


찬란히 빛나는 검은 뼈
어둔 밤 숲속 길을
밝히는 오래 묵은 인광


그랬었네
아마 전생의 산책이었는지도 모르지
길이 끝난 것 같은 곳에서
난 내게 전화를 건다
이젠 길이 끝난 것 같다고
펄럭이지 말고
후두둑
무너지라고

 

 

행복한 산책/ 노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