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부도밭에서/정호승

무디따 2014. 11. 9. 16:16

 

 

 

 

 


 
사람은 죽었거나 살아있거나
그 이름을 불렀을때 따뜻해야하고
사람은 잊혀졌거나 잊혀지지 않았거나
그 이름을 불렸을때 눈물이 글썽해야한다

 
눈 내리는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걸으며
누군가 걸어간 길은 있어도
 발자국이 없는 길을 스스로 걸어가
끝내는 작은 발자국을 이룬
당신의 고귀한 이름을 불러본다

 
부도위에 쌓인 함박눈을 부르듯
함박눈!! 하고 불러보고
부도위에 앉은 작은새를 부르듯
작은새!! 하고 당시의 이름을  불러본다

 
사람들은 오늘도 검은
강물처럼 흘러가 돌아오지 않지만
더러는 강가의 조약돌이 되고
더러는 강물을 따라가는 나뭇잎이 되어
저녁바다에 가 닿아 울다가 사라지지만

 
부도밭으로 난 눈길을 홀로 걸으며
당신의 이름을 부르면 들린다
누가 줄 없는 거문고 켜는 소리가 보인다
저 작은새들이 눈발이 되어
거문고 가락에 신나게 춤추는게 보인다

 
슬며시 부도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내손을 잡아주는
당신의 맑은 미소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