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제 1회 익재문학상 / 대한민국 국회헌정기념관
무디따
2014. 6. 22. 20:11
모진 상처가 덧난 것일까
혹 달린 허리가 휜 낙타였네
소소초蘇蘇草* 씹다가 다친 혀에서
독오른 통증이 전신으로 저려 왔네
몸부림치며 버둥거렸지만
그럴 때마다 모래가 튀어 눈 코를 막았네
얼굴도 모르는 아비의 피가
몸 속을 흐를 때 마다
들쑤시는 고통에 소스라치고
정처모를 골짜기의 원귀가 된
아비를 또 한 번 생각하며
칼로 저미는 가슴을 하늘 향해 열어 놓고 울었네
저 별빛을 보며 걷는 사막
아무리 걸어도 별은 영영 멀기만 했네
아비 닮은 내 눈을 보고는
어미는 더운 혀를 내밀어 핥아 주다가
굽은 등 보이며 사라져버린
아비를 생각하며 울기만 했네
사막이 온통 웅웅웅 울고 있었네
낙타의 초상/ 문효치
*소소초 : 몽골·중앙아시아의 사막에서 서식하는 콩과 식물. 줄기에 가시가 있음. 먹을 것이 없는 곳에서 낙타가 먹는다고 해서 낙타풀이라고도 함. 가시에 찔려 입 안에 고이는 피를 마시며 사막을 건넌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