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본능 -김명옥
작업노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잠들고 싶다
고요로 도배한 동굴 속
축축한 흙바닥에
코를 파묻고
바람이 거친 날
혼불만 마실 오는 곳
먹다 남은 고깃덩이 위로
별빛 숨어드는 곳
나무들이 어둠을
우걱우걱 씹는 곳
보름달 산마루
넌즈시 올라설 때
컹컹 짖고 싶다
석 달 열흘 굶고 나니
달이라도 파먹겠다고
컹컹 짖고 싶다
깜박 거리는 목숨
별바다에 던지겠다고
.
.
.
사당동 보쌈집에서 이외수 선생님 저서 '들개'를 선물 받고
다시 20대로 돌아 간 듯 내 가슴은 벅찼다.
여린 감성으로 사소한 상처도 견디지 못해
삶 자체가 고문이기도 했던 그 때,
지금은 약에 쓰려고 해도 찾기 힘들지만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어서 빨리 할머니가 되어 조금 무디어진다면
고단한 삶에서 탈출 할 수 있을거란 희망이
나의 희망이기도 했던 그 때,
'들개'를 만났다.
소설의 세세한 부분은 세월 따라 휘발되어 버렸지만
그 당시 엔딩의 충격은 오랫동안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 못했다.
못 다한 숙제는 이승에서 다 마치고 가야하는 것일까
다시 붓을 잡게 되었을 때 자화상 버전으로
보름달 밤에 천랑성(Sirius) 을 바라보며
울부짖는 들개 한 마리를 그리게 되었다.
선몽기의 들개는 내 무의식 속에 몇 십 년 잠수하였다가
발효되고 발효되어 나의 붓끝에서 다시 부활 한 것이 아닐까?
시집살이 할 때도 아이를 업고 장을 보러 다닐 때도
도시락을 싸고, 아줌마들과 수다 떨 때에도
늘,들개는 나와 함께 였었던 것을....
들개로의 회귀갈망
들개에서 작가의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눈물겹다."
아마도 2008년 이전에 쓴 글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