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인 메트릭스(Divine Matrix)
30 F Acrylic & Oil on canvas
나의 문장은 사원과 사막과 성곽과 지도에 없는 길을 건너갈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문장에는 고독이 가득하다
지구의 육체를 갈아입고 시간을 항해하는 가이아를 타고서,
인간의 혈통 속에서 번식하는 DNA를 이끌고서,
빅뱅 이전의 우주와 백만년 뒤의 우주에서 나는 떠내려 왔다
다시 우주의 가을이라고 한다
나는 내가 거주하는 땅의 대동여지도를 다시 작성하고자 맨발로 걷고 있다
나뭇잎은 떨어지며 고요한 허공에 弔鐘(조종)을 울린다 나의 모든 문장은 弔辭이다
기둥 하나가 보인다 몰락한 왕국의 신전이 있던 자리이다
허블 망원경 속에서 별들은 끊임없이 늙어서 죽고 다시 태어나고 있다
별들의 일대기를 읽으며 별들이 낳아놓은 잿더미와 핏덩이에서 새로 돋아나는 幻(환)을 본다
나의 침묵을 모함하는 자들의 이름은 무엇인가
가장 위대한 문장들은 도서관의 어둠 속에서 은둔하고 있다
언젠가 글자들은 페이지를 펼치고 찬란한 天空을 날아오를 것이다
나의 안식을 무참히 짓밟은 짐승들의 흙발과, 악몽 속에서
날마다 내 손을 잡아끄는 검고 억센 손아귀와, 탐욕으로 가득 채워진 노예들의 이름과,
억지와 야비와 교활과 비열과,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폐허에 파묻고 왔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내가
백만년 동안의 고독을 견딜 수 있겠는가
빛의 무리들도 폐허의 발맡에 머리를 조아린다
나의 弔辭는 찬가이자 송가가 되어 가을 밖의 가을로 퍼져나갈 것이다
백만년 뒤나 혹은 백만년 전의 내가 여전히 걷고 있는
여행자―백만년 동안의 고독/김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