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따 2013. 12. 30. 21:33

 

 

 

oil on canvas  변형 4호

 

 

 

 

장지문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 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저 눈 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詩 박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