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여기에서 저기로 / 최영미

무디따 2013. 11. 24. 23:32

 

 

 

 

 

 

올해도 님을 만나지 못한 분홍빛 벽지를 팔고
한번 펼치지도 못한 화사한 이불을 빨고
이삿짐을 싸고 베갯잇을 바꾸었지

아침에 빠져나온 잠자리를
밤에 들어갔을 뿐인데,
여행의 끝이 보이네

떠나기만 하고 도착하지 않은 삶.
여기에서 저기로,
이 남자에서 저 여자로 옮기며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젊음.
후회할 시간도 모자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