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무엇이 지나가는가

무디따 2013. 5. 30. 21:57

 

 

 

 

 

 

 

지나간다
바람이 지나가고
강물이 지나가고
라일락 꽃잎 책갈피에 꽂았던
추억과 꿈도 지나가고
화살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시간도
흘러흘러 우리의 곁을 지나갔다
다 지나가고 남은 것은 없다

사랑이라 불렀던 사랑은 어디로 가고
증오라 불렀던 증오는 어디로 갔는가
돌이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강물이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추억이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우리의 곁을 지나간 것은
존재가 가지는 아름다움이다
생각해 보면
지나간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인 것을

 

 

詩 문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