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따
2012. 11. 2. 23:59
한지에 먹
검은 옷의 사람들 밀려 나온다. 볼펜을 쥔 손으로 나는 무력하다. 순간들
박히는 이 거룩함. 점점 어두워지는 손끝으로 더듬는 글자들, 날아오르네.
어둠은 깊어가고 우리가 밤이라고 읽는 것들이 빛나갈 때. 어디로 갔는지.
그러므로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거기 가장 불행한 표정이여. 여기는 네가 실패한 것들로 가득하구나. 나는
구겨진 종이처럼 점점 더 비좁아지고. 책상 위로 몰려나온 그들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 그러니 불운은 얼마나 가볍고 단단한지. 지금은 내가 나를
우는 시간. 손이 손을 만지고 눈이 눈을 만지고, 가슴과 등이 스스로 안아버
리려는 그때.
詩 유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