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외암리,공세리성당,왜목마을

무디따 2012. 2. 28. 23:48

 

 

 

 

 

 

 

 

 

 

 

 

 

 

 

 

 

 

 

 

 

 

 

 

 

먼저 얼음계곡을 지나 서리꽃을 지나
도비도에서 배를 타고 가거나
물속으로 걸어서 들어가거라
선착장 바닷물이 나를 끌어당겼다가 밀어냈다가
서해 왜목마을로 한 생애가 귀양간다
그런 다음 마음을 한지(韓紙)처럼 펼쳐놓고
어둠의 칠흑 같은 먹을 갈았다
붓을 들어 듬뿍 먹물을 묻혀
휙 하고 거침없이 겨울바다를 그려라
번쩍이는 달과 하늘의 별들은 여백이다
바람소리 사정없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와
갯벌에 뿌리박은 목책에 부딪혀 스러지고
둥둥 둥둥 밤바다 물결 한탄하듯
제가슴 세게 두들겨 때리는 북소리 들리고
흐느끼며 노래하는 섬의 거문고 소리 들리고
오래된 유배지처럼 가랑잎 목선
몇 척도 바스라질듯한 갈필로 떠 있다
이제는 차라리 제눈을 찔러 저 겨울바다
불덩이처럼 뭍으로 돌진해 가든지
차라리 제귀를 잘라 비명 지르며
피면서 평생토록 지지 말든지
미쳐버린 바다에 빠진 혼백들이
우루루루루 새들처럼 숲을 헤치며 날아와
파도를 풀처럼 엮어 물의 갈고리를 만들어
어깨를 발목을 채 가지고 물속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나서는 슬쩍 겨울바다에 발을 얹어 놓으면
이제 막 섬 사이로 마애삼존불
백제의 미소 같은 얼굴로 바라보는 해
저 해도 내 마음이 만들어 놓은 것이니
왜목마을 겨울바다로 걸어 가기 전에
한 사람을 먼저 만나라 그리고
그 사람에게 붉디 붉게 사랑을 고백하라
그래서 그리워하던 사람 만난듯이
저 인자하고 넉넉한 돌부처 얼굴의
해 있는 곳까지 겨울바다를 걸어가는 것이다

 

 

왜목마을에서 겨울바다로 걸어가는 법/김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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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바닷물이 나를 끌어당겼다가 밀어냈다가
서해 왜목마을로 한 생애가 귀양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