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입춘이 다시 온들 무엇하리 / 박남준

무디따 2012. 2. 7. 14:20

 

 

 

 

 

 

 

 

바람부는 날이다.
양철지붕이 들썩거리며 아우성을 치고
처마끝 풍경소리가 사뭇 요란하다.
춥다. 겨울답다.
다시 또 고드름이 얼고 달력 한장이 그새 넘어가고 입춘이 문을 두드린다.
내가 저 문을 열지 않은들 문밖에 봄이 아니올까.
넘어지지도 않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붕붕거리며 잘가는 것은
나이가 들 수록 점점 무섭게 가속이 붙는 시간과
백발가를 목매어 부른들 어쩌리 가버린 청춘뿐이네.
바람부는 날이다.
이불속에서 미적미적거리다 아궁이에 나무 한다발 집어넣고 뛰어들어온다.
배가 고프면 일어나 남은 밥통 속을 뒤적거리고
종일본가, 하릴없이 아랫목을 뒹굴거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