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담양 기행, 명옥헌 배롱나무, 명가혜 작은 음악회

무디따 2011. 8. 28. 21:44

 

 

 

 

 

 

 

 

 

 

 

 

 

 

 

 

 

 

창가로 귀뚜라미 운다
평생 듣는 소리지만 질리지도 않는다
사람우는 소리는 이리 울음 같지만
여름내내 시끄럽던 매미울음도 구애 소리라서 좋았다
저무는 나이에는 사람 소리말고는 다 좋다
세상 모진 소리는  질렸다 
머리맡에 시린 가을이 함께 잔다
쓸쓸할 일 외로울 일도 없지만  젊은 그대들에겐 내 옛날처럼
또 한번의 상처를 안고 낙엽으로 가리니 얼마나 행복하냐
긴 장마가 아니더라도 곰팡이 피는 나날이니 귀뚜라미 울음도 반갑다
미뤘던 여행을 떠나야 겠다
안데스산맥 잃어버린 도시 "마츄피츄"상공을 나는 콘돌을 보러가도 좋겠다
아니면 지금은 문패만 남고 서지않는 태백산맥 간이역도 좋겠다
우연히 나 같은 누구라도 만나면 얼싸안고 울고
여정중에 몽땅 눈물이 말라 반짝반짝 빛나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지키지도 못할 언약 따위는 하지 말었어야 했는데
수없는 약속을 하고 살았으니 그늘만 남았다
무늬만 남은 사랑
화석이 될지 강가에 흩어지는 바람이 될런지...
셀 수도 없는 가을은 여지없이 오고 가는데
떠날 수 있을 때 훨훨 떠나야지

 

 

지금은 떠나야 할 때/ 김낙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