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누른 옥수수밭/ 정일남

무디따 2011. 8. 16. 15:27

 

 

 

 

 

 

비탈이란 결코 평지가 되려는 생각이 없다

    바람이 숨바꼭질 하기 좋은
    옥수수밭이 있다
    바람이 종일 숨바꼭질 하다가 지쳐
    붉은 수염이 달린 목숨들이
    몸을 맞대고 수군거리는 소리 살아나는 시간
    그 시간 속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민다
    잇빨이 줄줄이 여물어
    가을 산비탈까지 왔으나
    강물 소리는 층계를 내려가고
    하늘 밑이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여름의 발자국이 남아있는 흙 위에
    저 슬픈 잇빨들의 웃음이
    더 큰 웃음의 튀밥이 되려고
    자루에 담겨 가을을 떠난다
    우리네 삶은 평지보다 비탈이 더 좋았다
    서걱이는 시간이 투명했다

    나는 빈 옥수수대 옆에 서서
    하므니카를 불던 소년으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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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발자국이 남아있는 흙 위에
    저 슬픈 잇빨들의 웃음이
    더 큰 웃음의 튀밥이 되려고
    자루에 담겨 가을을 떠난다
    우리네 삶은 평지보다 비탈이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