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Cinema Paradiso

내셔내셔널 트레져 (National Treasure, 2004)

무디따 2011. 8. 13. 00:27

 

 

감독/존 터틀타웁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벤자민 프랭클린 게이츠 역), 다이앤 크루거 (닥터 아비게일 체이스 역),

 

 

줄거리

미 건국 초기 대통령들이 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보물을 3대째 찾고 있는 집안의 후손 벤자민(니콜라스 케이지). 대를 이어, 어디엔가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아나선 벤자민은 자료를 수집하던 도중, 미 독립선언문과 화폐에 결정적인 단서가 있음을 알게 되는데... 끊임없이 펼쳐지는 두뇌 플레이와 미로처럼 얽혀져있는 수수께끼,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의문의 열쇠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영화의 시작은 1974년, 워싱턴 DC. 소년 벤자민 프랭클린 게이츠에게 할아버지는, 18세기 미국 건국 초기의 대통령들이 감추어 두었다는 고대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직 게이츠 가문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 할아버지는, 당시 대통령을 보좌했던 게이츠 가문의 선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단서가 적힌 쪽지를 소년 벤자민에게 보여준다. '비밀은 샬롯에 있다'라고 쓰인 쪽지를 받아든 벤자민은, 커서 보물을 지키는 기사(Knight)가 될 것을 할아버지에게 맹세한다. 세월은 흘러 현재, 북극 지역. 성장한 벤자민과 동료 이안이 이끄는 보물 찾기 그룹은 빙하 밑에 얼어붙은채 잠들어있는 선박 '샬롯호'를 발견하고, 그 속에 있는 담배 파이프로부터 다음 단서가 미국 독립선언문 임을 알아낸다. 하지만, 이안의 배신으로 인해 벤자민은 죽을 위기를 넘긴 후 겨우 탈출한다. 워싱턴 DC의 국립 문서보관소에서 전시되고 있는 독립선언문을 이안 일당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벤자민은 동료 라일리와 함께 먼저 독립선언문을 훔쳐내는데, 문서보관소의 여직원 애비게일이 이를 우연히 알게되면서 벤자민 일행과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다. 이안 일당과 FBI가 추적하는 가운데, 벤자민 일행의 보물 찾기 모험은 필라델피아, 뉴욕으로 이어지는데...

 

 

퍼온글

<내셔널 트레져>는 <다빈치 코드>식의 음모이론이 탄력을 받은 마당에 급조된 노골적인 기획영화이다.

최근들어 그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한 '템플 기사단'과 '프리 메이슨'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 언저리 뉴스식의 가쉽거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미국의 독립 선언문 '뒷면'에 안착한다.

 이것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 '국보'를 운운하며 수천년 전의 세계역사와 솜털의 자취가 여전한 미국산 유물의 뿌리를 접목시키는 제법 영리한 출발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할리우드적 노련함은 여기까지이다.

남루해진 '보물찾기' 컨벤션은 <다빈치 코드>의 단서찾기를 반복하다가 제 풀에 지치고,

 아버지와 아들을 등장시키는 <인디아나 존스>식 배치도는 일말의 유머나 뚜렷한 갈등 없이

장난같은 말싸움만을 고수하다가 휘황찬란한 보물 앞에서의 극적 화해로 이어진다.

 <내셔널 트레져>는 시종일관 이런 식이다.

꽤나 유력해보이는(동시에 익숙한) 소재와 사건들은

가장 어리석은 방법으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가 힘 없이 전복된다.

가볍다 못해서 하늘을 떠다니는 이야기를 간신히 부여잡는 것은 배우들의 힘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합당함을 찾아볼 수 없는 단서찾기의 늪에서

 최소한의 개연성을 확보해주는데 성공하고 있으며, 하비 케이틀은

<다빈치 코드>의 비슷한 캐릭터를 연상시킴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만으로 충분한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다만 저스틴 바자의 과잉된 '방자' 역할은 어느정도 제동이 필요했고,

 <트로이>의 다이안 크루거는 생뚱맞은 로맨스의 희생물로 전락하면서 목불인견의 지경에 이르고 만다.

결정적으로 존 보이트는 훌륭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캐릭터와

드라마에 의해 처참하게 희생당한다.

어두운 석굴에 불이 밝혀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빼앗아온 보물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면, <내셔널 트레져>의 노골적인 역사 미화가 시작된다.

이 장엄한 시퀀스에서 제국 식민주의의 악랄한 과오는 미학적으로 덮어지고

 공허한 스펙타클만이 흉흉하게 자리잡는다. <레이더스>에서 '성궤' 를

자국의 일급기밀 육군창고에 쑤셔박아버린 미국인들의 폭거는 <내셔널 트레져>에서

보물들을 '스미소니언' 과 '루브르' 박물관에 보관하겠다는 식으로 대체되면서

이 정도면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항변하기에 이르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스미소니언'과 '루브르' 역시

미국과 프랑스의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내셔널 트레져>는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 철저하게 수탈당한 민중들의

 피냄새가 진동하는 이 황금색의 '국보'들이, 그들에 의해 침략당하고 삶의 터전과

재산을 몰수당한 약소국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위선적으로 기만한다.

하지만 정작 박물관으로 가야할 것은 이 영화에 암약하고 있는 제국주의에 대한 시대착오적 향수이다.

<내셔널 트레져>가 혹독한 영화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는 사실은 주목해볼 만 하다.

이는 한동한 뜸했던 가족판 모험영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강한 소비의지와 더불어,

 음모이론과 관련한 영화 제작의 호기를 알리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예정된 <다빈치 코드>의 영화화와 <인디아나존스4>에서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의 이름으로 저지른 역사적 만행을 오히려 할리우드의 오락성으로 얼머무리고,

그에 기꺼이 호응해준 세계 경찰국가의 모럴리티는 단순히 탈 이데올로기,

 탈 지역주의로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야만적'이다.

 

 

 

 

 

한 줄 영화평 / 이젓 저것 따지지 않고 오락이려니 하고 보면 재미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