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칠월의 마지막 밤에 / 이양우

무디따 2011. 7. 11. 23:54

 

 

 

 

 

 

 

 

 

사랑아, 칠월은 간다.
내 혀끝에서
겨드랑이에서
허벅지에서
내 허파에서
뇌리에서
기탄없이 만났던 정들아,
땀디가 꽃을 피우던 계절아,
이처럼 뜨겁던 청춘은 간다.
더 뜨겁다가 더 곤드레지다가
곰삭은 과일주 향내로 가라앉은 항아리를
뚜껑 열어 용수박고 떠 마실 가을을 향해
팔월에 오는 푸른 거리, 국화꽃 다정한 하늘을 열으리,

가자, 사랑아, 여름도 탄다.
불볕가에 앉아서 모래성도 쌓아라.
네 몸은 지친 불덩어리
까만 재로 남은 칠월을 두고 오라.
정열 치솟을 밤도 희열에 멍이들고
나는 노천 허리에 누워 별을 헤인다만

불현듯 반딧불이로 날고싶구나
평화로운 별들은 밤길이 더 좋아라.
이슬 젖는 나그네 우수의 초원이랴!
우리는 사랑으로 가슴을 잇대어도
별들은 영롱한 밀어로 긴긴 밤을 지새운다.

가자, 칠월아, 마지막 밤아,
네 보내온 편지, 나이야가라 폭포 사진 한장도
빗돌처럼 만년을 되새겨 추억하리니
세찬 물소리 낙차하는 그리움아,
그만큼 멍들대로 멍들지 않았는가,
모른체 침묵하고 돌아가는 슬픔은
이제 나의 뇌파, 원추를 휘감아 흔드노라.
가을의 품으로 더더욱 안기고싶다.
머지 않았으리, 내 검게 태운 표피도 박제해야지,
낭만파의 거울 속으로 향일하는 시간의 침은
세월을 가시 돋은 허무의 언덕으로 밀어 제친다.
쓸쓸하구나, 이토록 노티한 꿈결들의 마찰음이,
너무 더티하구나, 이래서 잠을 못 이루는가,
저 거칠은 칠월의 마지막으로
더 와일드한 팔월의 복사열도 높은 습도로 분열하는가
파동쳐 거친 숨을 네게로 보내면
한 고비 타 오르다가 지친 거울 안으로
황금 단풍길 풍경소리 울리지 않겠느냐,
익은 자의 망서림, 가을로 가는 마차가
주인 없는 역두에 기다릴지라
높푸른 하늘을 열고 흥미진진한 전설속에서
아련한 추억의 둥지를 틀 것이라.
여름아, 칠월아, 팔월의 열애들아,
내 가슴은 죽고싶도록 아픈 시심을 잉태하는도다.
나는 여기서 온갖 흉금을 털어놓고
만가지 근심도 헐어내어
깊은 삶을 은하에 띄우리,
고독과 허무와 나태까지도 다 분해하여
비운자의 가벼운 인생 나룻터에 서게 하리,

.

.

.

.

.

 

불현듯 반딧불이로 날고싶구나
평화로운 별들은 밤길이 더 좋아라.
이슬 젖는 나그네 우수의 초원이랴!
우리는 사랑으로 가슴을 잇대어도
별들은 영롱한 밀어로 긴긴 밤을 지새운다.

가자, 칠월아, 마지막 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