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oil painting

오르세미술관전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

무디따 2011. 7. 6. 23:41

 

 

 

 

 

 

 

 

 


다시 남길 것이 무엇이길래
백지위로 쓰러지는 나의 심상이 얼룩지고
한올한올 촘촘해지는 그리운 영상이 번지면,
사랑보다 그저 쓸쓸함이었어,
너의 일상과 나의 무모함이.

그림자진 삶의 소실점 속으로 숨어드는
한때는 살갑던 기억의 단편을 들추어보듯,
사랑했던 이의 고운 살결처럼,
가슴을 타고 굴러 떨러어지던 눈물인양
가느다란 숨결같은 선 하나 애써 그려도
자꾸만 비껴지나는 우리 만남의 스케치.

행복해야겠어.
별들이 햇살로 쏟아지는 그런 삶이
나의 불면하는 젊음에 한가득 칠해지고
너의 허기진 고독 안에서도 풀꽃처럼 새겨지고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 빛깔로
너와 나 사이 아득한 절망의 벌판에서도 빛나주기를.

언젠가는 바다를 그리리라.
바다깊이 침몰하는 슬픔과 아픔과 서러움의 질감과
수채화같은 물방울을 털며 날아오르는 젖은 날개와
지극한 수평선부터 밀려오는 푸른 색깔의 바람과
모래밭엔 우리 약속한 노란 장미가 놓여진 그림을,
내가 내 인생에 남겨주어야 할 마지막 연민을.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모여 형이 되고
형과 '공'이 만나 '화'가 된다지.
우리 이세상 풍경 속에서 지워지면
그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림을 그리며 /작자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