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따 2011. 7. 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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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있을 때 까지는
그래도 한시절 지낼만 했는데
나의 여름은 언제나 불행하였다
가을까지 가는 동안 그동안이 늘 숨이 찼다
나의 들숨과 날숨은
언제나 고갯턱에 머물렀다
혼자서는 안돼, 안돼 타일렀으나
비워둔 틈 하나 없었다
혼자서 붐볐다
단물이 고일 틈이 없었다
풋과일 풋열매로 언제나 거기서 끝이 났다
나는 한 번도 제 맛을 내 본 적이 없다
맛이 덜 들었군,
모두들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가을이 와도 나는 언제나 그 모양새였다
시디시었다 떫기만 했다
나는 한 번도 수확된 적이 없다
어느 곳간 한 구석 채워 본 적이 없다
나는 버려졌다
아주 버려지고 나서야 나는
평안해 질 수 있다는 걸
눈발 속에서 차디찬 바람 속에서
해마다 처음인 듯 깨우쳐 왔다
늘 하얗게 혼자 남았다
올해도 그때가 오자면 아직 멀었다
숨이 차다 넘치는 바다가 목을 조른다
봄이 오면 또 까맣게 잊고
나는 슬픈 꽃 한 송이를 정수리에 매달 것이다

 

 

 


혼자서 붐비다/ 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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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번도 제 맛을 내 본 적이 없다
맛이 덜 들었군,
모두들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가을이 와도 나는 언제나 그 모양새였다
시디시었다 떫기만 했다
나는 한 번도 수확된 적이 없다
어느 곳간 한 구석 채워 본 적이 없다
나는 버려졌다
아주 버려지고 나서야 나는
평안해 질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