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아무 것도 아니었지

무디따 2011. 6. 3. 00:13

 

목탄, pastel on paper

 

 

 

 

 

 

너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
  순식간에 불타는 장작이 되고
  네 몸은 흰 연기로 흩어지리라.
 
  나도 아무 것도 아니었지
  일회용 건전지 버려지듯 쉽게 버려지고
  마음만 지상에 남아 돌멩이로 구르리라.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도 괜찮지
  옷에서 떨어진 단추라도 괜찮고
  아파트 풀밭에서 피어난 도라지라도 괜찮지.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의 힘을 안다.
  그 얇은 한지의 아름다움을
  그 가는 거미줄의 힘을
  그 가벼운 눈물의 무거움을
 
  아무 것도 아닌 것의 의미를 찾아가면
  아무 것도 아닌 슬픔이 더 깊은 의미를 만들고
  더 깊게 지상에 뿌리를 박으리라.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아무 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리라.

 

 

詩 신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