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

외줄 위에서

무디따 2008. 10. 31. 00:04


65x53cm/oil on canvas

 

 

허공이다
밤에서 밤으로 이어진 외줄위에 내가 있다
두 겹 세 겹 탈바가지를 둘러쓰고
새처럼 두 팔을 벌려보지만
함부로 비상을 꿈꾸지 않는다
이 외줄 위에선
비상은 추락과 다르지 않다
휘청이며 짚어가는 세상
늘 균형이 문제였다
사랑하기보다 돌아서기가 더 어려웠다
내가 네게서, 내가 내게서 돌아설 때
아니다, 돌아선 다음이 더 어려웠다
돌아선 다음은 뒤돌아보지 말기 그리움은 늘 나를 실족케 했거늘
그렇다고 너무 멀리 보아서도 안 되리라
줄밖은 허공이니 의지할 곳도 줄밖엔 없다
외줄 위에선 희망도 때론 독이된다
오늘도 나는
아슬한 대목마다 노랫가락을 뽑으며
부채를 펼쳐들지만 그것은 위장을 위한 소품이다
추락할 듯한 몸짓도 보이기에는 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길에서는
무엇보다 해찰이 가장 무서워서
나는 나의 객관 혹은 관객이어야 한다

 

詩 복효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