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
미루나무 꼭대기에
무디따
2008. 10. 9. 12:15
33.4 × 24.2 oil on canvas
그날은 조각 구름
걸려 있지 않았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버리리 버리리 버리리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노래 부르고 있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은 자꾸 어두워지고
하얀 손수건 위의 각혈 같은
너의 얼굴도 잊을 듯 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그 각혈 속의
내 얼굴도 잊을 듯 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사랑이란 것이 도대체
네 속의 나를 바라보는 일이었다면
네 속의 나를 쓰다듬는 일이었다면
도망치고 싶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버리리 버리리 버리리
나도 따라 부르다,
버리리 버리리 웃고 싶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詩 홍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