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따 2007. 5. 4. 01:23


oil on canvas 53.0 x 45.5

 

 

 

지구래두 변방 몹쓸 땅이었다

거센 태풍이 지나간 뒤

자작나무가 쓰러지더라
물푸레나무가 쓰러지더라

하늘이 못 견디게 푸르고
못 견디게 푸른 하늘로 태양이 왕래하고
은하수가 산을 넘어 흐르고
산을 넘어 흐르는 은하수에 별이 빠지고

한때는 이렇게 너그러운 세월이 있었느니라
한때는 이렇게 말썽 많은 세월이 있었느니라

태풍이 지나간다
지구가 풍선처럼 몰려가나부다

오동나무가 쓰러진다
은행나무도 쓰러진다

너도 쓰러지고
나도 쓰러져야 하는 날

이젠 태양도 별도 믿을 수 없다
차라리 어두운 밤에서
한백년 더 살아보리라

 

 詩신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