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
땅의 사람들
무디따
2005. 10. 27. 00:04
겨울숲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도시에서 지금 돌아온 사람들은
폭설주의보가 매달린 겨울숲에서
모닥불을 지펴놓고
대륙에서 불어오는 차가움을 녹이며
조금씩 뼛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견디며
자기 몫의 봄소식에 못질을 하고 있다
물푸레나무숲을 흔드는
이 지상의 추위에 못질을 하고 있다
가까이 오라, 죽음이여
동구 밖에 당도하는 새벽 기차를 위하여
힘이 끝난 폐차처럼 누워 있는
아득한 철길 위에 새로운 각목으로 누워야 하리
거친 바람 속에서 밤이 깊었고
겨울숲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모닥불이 어둠을 둥글게 자른 뒤
원으로 깍지 낀 사람들의 등뒤에서
무수한 설화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서걱거린다
詩 고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