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

술먹고 싶구나

무디따 2005. 10. 13. 00:39


1
술 먹고 싶구나
버릴 것 다 버리고 그렇게 빈속으로 술 먹고 싶구나
취하고 또 취해 다시 깰 때까지
사람 아닌듯 밤새 술 먹고 싶구나
내 마음 시궁창에도 날마다 별은 뜨고
이따금 다음 세상의 음악이 울려나는데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거냐
나는 어느 길 위에 서 있는거냐
한 마리 겨울 들개처럼 당당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렇게 빛나는 삶 살고 싶었는데
노래는 자꾸 마른 꽃잎처럼 부서져 버리고
나는 자꾸 망가져가고· · · ·
술 먹고 싶구나
내 몸에 다시 도랑 하나 흐를 때까지 취하고 싶구나

2
잠 자고 싶구나
세상을 베고 누워 한 석달쯤
달디 단 도원의 꿈 꾸고 싶구나

 

詩 백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