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대청에 누워/박정만
무디따
2011. 3. 16. 17:36
나 이 세상에 있을 때
한 칸 방 없어서 서러웠으나
이제 저 세상의 구중궁궐 대청에 누워
청모시 적삼으로 한 낮잠을 뼈드러져서
산뻐꾸기 울음도 큰 대자로 들을 참이네.
어차피 한참이면 오시는 세상
그곳 대청마루 화문석도 찬물로 씻고
언뜻언뜻 보이는 죽순도 따다 놓을 터이니
딸기잎 사이로 빨간 노을이 질 때
그냥 빈손으로 방문하시게.
우리들 생은 정답고 아름다웠지.
어깨동무 들판길을 소나기 오고
꼴망태 지고 가던 저녁 그리운 마음.
어찌 이승의 무지개로 다할 것인가.
신발 부서져서 낡고 험해도
한 산 떼밀고 올라가는 겨울 눈도 있었고
마늘밭에 북새 더미 있는 한철은
뒤엄 속 김 하나로 맘을 달랬지.
이것이 다 내 생의 밑거름 되어
저 세상의 육간대청 툇마루까지 이어져 있네.
우리 나날의 저문 일로 다시 만날 때
기필코 서러운 손으로는 만나지 말고
마음속 꽃그늘로 다시 만나세.
어차피 저 세상의 봄날은 우리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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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한참이면 오시는 세상
그곳 대청마루 화문석도 찬물로 씻고
언뜻언뜻 보이는 죽순도 따다 놓을 터이니
딸기잎 사이로 빨간 노을이 질 때
그냥 빈손으로 방문하시게.
우리들 생은 정답고 아름다웠지.
어깨동무 들판길을 소나기 오고
꼴망태 지고 가던 저녁 그리운 마음.
어찌 이승의 무지개로 다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