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개만도 못한 歸路

무디따 2011. 3. 12. 00:28

 

 

Nude Drawing,pencil & pastel on paper

 

 

 

 

지구 반대편 어느 포구로
마흔 중반에라도 길을 떠났더라면
고기잡이 어부라도 됐을텐데
그럼 절여진 주름이라도 귀끝으로 걸렸으련만
게을러터지고 주변머리없이 앉은뱅이처럼 있다가
먹먹히 귀가하는 지친 전동차속 꾸벅꾸벅 조는 행려
서른살 후반이라도 다 팽겨치고 정글로 들어갔다면
콩고 고릴라처럼 발가벗고 세상만사 걱정없이 살텐데
괴발개발 되지않은 시인 행세하다 가랭이만 찟어지고
화판에 떡칠하면서 비싼 물감만 아깝게 낭비하고 있다
비웃듯 봄 햇살이 저만큼 걸려있다

큰댁 "아롱이"가 죽었다는 전갈이 왔다
개 팔자 열 다섯살이면 천수를 누린게다
지난 명절때 보니 연로하셔서 등마져 꼬부라졌드만
평생 주는밥 먹고 귀염만 받다가 병치레도 없이 갔으니
개팔자가 여느 인간보다 훨씬 낫다
똥개였드라면 여느여름 복날에 벌써 끝장이 났을텐데
놈의 팔자에 슬그머니 어깃장같은 부아가 인다
'아롱이'는 말티스(Maltese)종으로 지구 반대편이 고향이지만
물론 그쪽에서 문상객은 아무도 오지않았다
어쨋든 개 생애가 나보다 많이 화려하다

눈 멀고 귀 먹고  갈 곳도 없다
어찌 타인들은 죽기살기 재물쌓는 일에만 열심인지 모르겠다
웬만하면 같이 놀았으면 좋으련만
일과 돈독이 누렇게들어 땟깔이 노숙자만도 못하다
삶이 저기 허허벌판에 있을지라도
늦은 날  어둑어둑한 길 모퉁이에서 
가엾은 이들끼리 모여 대포 한 잔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산다는게 개뿔 뭔데......

 

 

詩 김낙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