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따 2011. 2. 4. 12:42

 

 

 

 

 

 

 

 

 

 

 

그대 생각의 푸른 도화연필 같은 저녁이여,

시린 바람의 억새 사이사이가 자디잘게 자디잘게 풀린다

나무와 나무 사이

나무와 억새와 바위 사이가 또한 거뭇거뭇

소문처럼 번져 잘 풀리면서

산에 있는 것들 모두

저 뭇 산의 윤곽 속으로 흘러들었나,

불쑥불쑥 지금 가장 확실히 일어서는 검은 산 아래

저들판 두루 사소한 것들의 제방 안 쪽도 차츰 호수 같다

다른 기억은 잘 보이지 않는 저녁이여

세상은 이제 어디라 할 것 없이 부드러운 경사를 이루고

그립다, 그립다, 눈머는구나

저렇듯 격의없이 끌어다 덮는 저녁이여

산과 산 사이, 산과 마을 들판 사이

아, 천지간

말이 없었다 그대여

마음이 풀리니 다만 몸이 섞일 뿐인 저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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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제 어디라 할 것 없이 부드러운 경사를 이루고

그립다, 그립다, 눈머는구나

저렇듯 격의없이 끌어다 덮는 저녁이여

산과 산 사이, 산과 마을 들판 사이

아, 천지간

말이 없었다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