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눈은 그가 떠난 줄도 모르고/ 나희덕
무디따
2011. 1. 24. 18:20
저, 저, 저 아래서 눈이 올라온다
공중에 난 발자국들을 지우며
용서 받을 발자국이 몇씩은 있을 것이어서
괜찬타,ㆍㆍㆍㆍㆍㆍ
괜찬타,ㆍㆍㆍㆍㆍㆍ
괜찬타,ㆍㆍㆍㆍㆍㆍ
괜찬타,ㆍㆍㆍㆍㆍㆍ
눈발 날리는 소리를 그렇게 간절히도 듣던 귀가 있었다
창문을 열자 허공에서 오래 서성거리던 눈송이 몇점
더운 손등 위에 깜박거리다 스러진다
눈석임물처럼 잠시 맺혔다 흘러내리는 게 목숨이어서
오늘밤 싸늘하게 피가 식는 입술이 있겠지
어느 마당가에서는 둥근 그릇에 희디흰 눈을 받겠지
그 그릇이 봉긋하게 차오르면
또 한 아기가 태어나 울음을 터뜨리겠지
아득한 산란, 터져나온 포자들이 날아오르는 밤이면
허름허름 길 떠나는 발자국도 있어
괜, 찬, 타, ㆍㆍㆍㆍㆍㆍ
괜, 찬, 타, ㆍㆍㆍㆍㆍㆍ
괜, 찬, 타, ㆍㆍㆍㆍㆍㆍ
괜, 찬, 타, ㆍㆍㆍㆍㆍㆍ
눈은 대체 어느 먼 골짜기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하염없이 날아오르나 날아오르며 곤두박질치나
저, 저, 저 아래 골짜기는 깊고 어두워
눈은 그가 떠난 줄도 모르고 밤새 날아오른다
눈은 제가 누굴 용서한 줄도 모르고 밤새 내려앉는다